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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018. 어색한 데뷔 촬영 후기 집에 오자마자 후기 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다. 오늘 희망청에서 하는 간담회를 촬영했다. 오후 6시부터 하는데, 카메라를 빌려서 자전거를 타고 희망청에 갔다. 늘 그랬듯이 늦어서 달려갔다. 그런 자리도 늘 그렇듯이 30분 정도 늦게 시작해서 처음부터 촬영할 수 있었다. '희망청의 20대 저자 지원 프로젝트 어색한 데뷔의 문제의식을 20대 운동 당사자들과 사회 지식인들과 공유'한다는 취지로 20대 필자들이 원고에 대해 간단히 발제하고 시니어 패널들이 코멘트하는 형식이었다. 발제는 간단히 하고 치열한 토론이나, 패널들과의 대화를 집중해서 촬영할 생각이었다. 까칠한 대화들이 오고 갔으면 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서 촬영도 스케치 정도하였다. 재밌었던 것은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였다. 발제보다 솔직.. 더보기
017. 아침까지 오랜만에 인식씨 촬영을 했다. 요즘 인식씨는 저녁 8시에 출근해서 마감까지 일한다. 마감은 원래 5시인데, 손님이 없으면 4시가 되기도 하고, 여하튼 아침이라고 불러도 좋을 시간까지 일하는 것. 예전에 마감하는 걸 찍은 적은 있었는데, 퇴근 장면을 찍은 적은 없어서 이번엔 마감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인식씨는 이제 8월 10일이면 일을 그만두기 때문에 막판 스파트!라고 생각하고 심신을 다스렸다. 흐흐. 인식씨는 4월보다 머리가 많이 길었고, 더 많이 웃는다. 장난은 여전하고, 카메라 의식하는 것도 여전하고, 담배는 늘었다고 하고, 여자친구와는 헤어졌단다. '남자가!'라는 말을 자주 쓰는 인식씨는 싸나이가 되고 싶어 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섬세하고 여린 사람이다. 저녁 10시.. 더보기
016. 지원금을 받다 영화진흥위원회 상반기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 읽기만 해도 뭔가 권위가 느껴지는 단어들, 거기서 우리 작업에 지원을 해 주었어요. 되게 마음에 들어서 그랬다기 보다는 그래 어디 한 번 해봐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ㅎㅎ 혹시나 중간에 무슨 문제가 생겨 준다던 거 안 주면 어쩌나 내가 혹시 어디 법적으로 문제 있는 건 없나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몇 주, 그리고 섣불리 자랑했다가 이도저도 못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 때문에 제대로 자랑도 못했어요. 지원을 돈으로 받은 것도 좋은데 우리가 하는 작업이 어쨌든 조금이라도 필요하다고 말해준거 같아서 어디 그래 한 번 열심히 해 봐라 응원같기도 해서 부담이 되긴 해도 좋긴 좋아요. 날은 덥고, 작업은 지지부진 한 거 같아서 울적하지만 하루하루 이렇게 또 작은 고민들이.. 더보기
015. 공무원 시험장 7급 공무원 시험장에 갔다. 오늘 아침에. 비가 조금씩 내려서 우산쓰고 촬영하느라 비틀거렸다. 촬영 다녀오면 짧게라도 제작일지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쓰고 있다. 생각보다 한적했다. 시험장으로 들어갈 때는 개별적으로 들어가니까 우르르 몰려가는 진풍경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험을 마칠 때쯤엔 다른 촬영이 있어서 들어가는 모습만 찍었다. 어떤 사람은 연인과 손을 잡고, 어떤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왔고, 어떤 사람은 가방도 없이 덜렁덜렁왔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이 서초고등학교와 서초중학교를 착각하여서 급하게 되돌아갔다. 멀리서 사람들이 한 명씩 오는데, 다들 바삐 걷기도 하고 카메라를 피하기도 해서 얼굴 표정을 잘 잡을 수가 없었다. 대신 수험생들에게 학원홍보 메모지를 나눠주는 여자와 남자.. 더보기
014. 휴 어젯밤 술자리. 알바 작업을 마친 기념으로 같이 작업을 한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가까운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팀(한독협 10주년 다큐)이 회식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합석을 했다. 공짜술을 먹기 위해서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는 얼굴도 꽤 많았다. 개청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영진위 지원을 받아서 그런지, 여기저기 지원서를 많이 들이밀어서인지 개청춘에 대해서 몇 마디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선배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김태1감독님께서 지나가듯 하셨던 말씀. 나이브해보인다는. 그 말에 뜨끔하였다. 우리 작업에 기대하는 것은 다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인 만큼 젊은 사람들인만큼 치고 나가는 것, 지르는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등이었다. 그 .. 더보기
013. 두.번.째 스텝회의 지난 28일 개청춘의 두번째 스텝회의가 있었다. 가루, 꼭사슴, 넝쿨, 밥, 우석, 깅, 모리, 윤옥 이제 우리는 여덟명이 되었다. 처음 만나게 된 이들도 있고, 원래부터 안면이 있었던 사람들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우리는 '개청춘 스텝회의'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기획과 구성 그리고 촬영일정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공유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나누었다. 스텝회의에서 지금까지 구성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공유하면서도 아직도 참 많은 부분이 비어있구나, 아직도 많은 것이 모자란 상태로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뭘 얼마나 더 채워야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어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확실하다.... 사실 제일 고민이 되는 것은 '재미있게'라는 말이다. 재미없는 인간인 나로서는.. 더보기
012. 만나다. 부끄럽지만 바쁜것도 없으면서 그동안 개청춘의 주인공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늘 화면으로만 보다가 오늘 처음으로 민희씨와 만났다. 화면을 통해 보던 것처럼 밝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약간 긴장하고 있었는데, 나는 금새 마음이 편안해졌다. 민희씨의 동생과, 친구분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깅은 촬영을 하고 나는 세 분의 수다를 열심히 경청했다. 고단한 직장생활의 세세한 이야기들, 회식이 정말 싫었다는 이야기, 일을 할 때 상사와 어떤 부분에서 부딪혔는지, 얼마나 일상이 고단하고 짜증나는지, 고졸이라는 학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세상은 얼마나 불공평한지. 어쩌면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알지 못하고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풀어놓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넋을 놓고 들었다.. 더보기
011. 면접과 이사 영진위에서 하는 독립영화 제작지원 면접을 보았다. 후덜덜 떨면서. 면접을 보기 전전날은 모리네 집에 모여서 구성회의를 했고, 전날은 오사장(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장)님께 모의 면접을 보았다. 구성회의라고는 했지만 어떤 인물을 추가할 것인가를 놓고 이런 저런 고민만 하다 밤을 새웠다. 결정은 학원강사 1인을 추가하는 걸로 끝났지만 막판까지 내가 출연하는 것도 논의의 대상이 되었었다. 반이다가 직접 출연하는 것의 장단을 따지다가 다른 인물들을 통해 충실하게 이야기하자는 걸로 결론. 모의면접은 오사장님께서 열의를 가지고 질문을 해주셔서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그걸 때울 대답들을 만드는 것으로 채워졌다. 모의면접에서도 대답을 못하니 이것 참... 나비와 모리의 걱정을 안고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 더보기
010 면접을 앞두고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제작지원 1차 심사 발표가 났다. 일단 1차는 통과.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큰 기대를 안 가지기는 하지만, 좋긴하다. 통과 안 되는 것보다는 훨씬 좋으니까. 스탭 회의 후에 별다른 촬영을 진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촛불 집회가 이어지는 바람에 우리도 약간 붕 떠있다. 지난 주에는 촛불 집회에 나온 20대를 인터뷰 해 보았다.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촛불집회의 축제 분위기 때문인지 신나 보였다. 어떻게 하면 20대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것 같냐고 물으니까, 다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참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FTA는 고시철회를 외치면서 거리로라도 나올 수 있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는 도대체 누구에게 말해야.. 더보기
008. 민희가 퇴근하는 걸 찍으러 압구정역에 갔다. 퇴근하는 회사원들 속에 민희가 나타났다. 여전히 카메라를 쑥스러워 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신경쓰이나 보다. 좀 더 자주 촬영하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 희의 집까지 촬영하기로 했었는데, 민희가 아빠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집까지 촬영하는 건 힘들것 같다고 하였다. 민희 집 근처에서 밥을 먹었다. 교회에서 맡은 일 때문에 많이 부담되고 속 상한 민희에게, 괜히 카메라를 들이대서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민희. 슬쩍 봐도 만만한 시험이 아닌 것 같았다. 민희가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카메라가 방해되는 것은 아닐까? 카메라가 민희가 변하도록 부추기고 있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피부가 안 좋..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