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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011. 면접과 이사

영진위에서 하는 독립영화 제작지원 면접을 보았다. 후덜덜 떨면서. 면접을 보기 전전날은 모리네 집에 모여서 구성회의를 했고, 전날은 오사장(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장)님께 모의 면접을 보았다. 구성회의라고는 했지만 어떤 인물을 추가할 것인가를 놓고 이런 저런 고민만 하다 밤을 새웠다. 결정은 학원강사 1인을 추가하는 걸로 끝났지만 막판까지 내가 출연하는 것도 논의의 대상이 되었었다. 반이다가 직접 출연하는 것의 장단을 따지다가 다른 인물들을 통해 충실하게 이야기하자는 걸로 결론. 모의면접은 오사장님께서 열의를 가지고 질문을 해주셔서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그걸 때울 대답들을 만드는 것으로 채워졌다. 모의면접에서도 대답을 못하니 이것 참...

나비와 모리의 걱정을 안고 집에 와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고, 꼭 하고 싶은 말들이 생각이 났다. 자기 전에, 그리고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수 없이 되뇌었다.

일렬로 앉아있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후달달 떨기만 하다가, 제대로 된 답변을 못했다.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왜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똑 부러지게 못했다. 이 신자유주의 체제와 20대의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김미례 감독님의 질문에도 하려고 했던 대답을 못했다. 욕심 내다가.

다행히 모리님께서 얼굴은 긴장되어있었지만 유창하게 대답을 해주셨고, 마지막엔 꼭 되고 싶다는 멘트도 날려주셨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왜 이렇게 발표가 느린게야.

면접을 마치고 나뷔와 꼭사슴님과 수다를 왕창 떨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러고 집에 돌아왔는데 왜 그렇게 심난한지...면접을 못 본 것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하게 정리해내지 못했던 것, 등장 인물들에 대해서 잘 설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같은 이야긴가?

여튼 한 번의 면접으로 많은 것이 좀 더 분명해졌다. 이제 남은 건 집중해서 촬영하는 것이다. 제작지원은 받을 테니까, 파티 준비를 해야 한다. ㅎㅎㅎ 안 되면 말고.

오늘은 반이다 사무실을 알아 보았다. 대방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나와 합정역에 있는 반지층의 작은 사무실을 계약했다. 좁은 것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벌써부터 페인트 칠 할 생각에 마음이 부푼다. 뭐든 시작이 반이니까. 지금은 반지층이지만 열심히 일해서 윗층으로 올라가자고 했다. 열심히 알바를 ㅎ. 월세가 36만원이다. 흑.

다이내믹한 반이다의 일상. 촬영 해두어야 할 것 같다. 곧 스탭 회의를 새로운 사무실에서 할 수 있을 듯.

면접과 이사와 첫 작업을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뻔뻔할 정도의 자신감과 게으르지만 정확한 일처리 능력과 지쳐도 밥만 먹으면 바로 회복되는 정신력과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다닐 정도의 체력과 웃어넘길 줄 아는 배짱이다. 그리고 월세 3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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