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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014. 휴

어젯밤 술자리. 알바 작업을 마친 기념으로 같이 작업을 한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가까운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팀(한독협 10주년 다큐)이 회식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합석을 했다. 공짜술을 먹기 위해서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는 얼굴도 꽤 많았다. 개청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영진위 지원을 받아서 그런지, 여기저기 지원서를 많이 들이밀어서인지 개청춘에 대해서 몇 마디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선배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김태1감독님께서 지나가듯 하셨던 말씀. 나이브해보인다는. 그 말에 뜨끔하였다. 우리 작업에 기대하는 것은 다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인 만큼 젊은 사람들인만큼 치고 나가는 것, 지르는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등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아득해졌다.

무엇이 새롭고 무어이 치고 나가는 것일까? 무엇이 청춘다운 것이며 무엇이 젊을 때 할 수 있는 것일까? 감독님께서는 자신이 우리 나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다.

우리는 과연 뭐든지 할 수 있을까?

저녁에 희망청 집들이 촬영을 갔다. 희망청은 전반기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사무실도 새롭게 리모델링 했다. 희망청 멤버들이 직접 페인트 칠하고 20대 목수에게 의뢰하여서 가구도 만들었다고 한다. 좋더라. 특히 평상이. 반이다 사무실 얻을 때, 내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평상을 널찍하니 많이 만들어 놓은 걸 보고 부러웠다. 깨끗하고 넓고 예쁜 그 사무실.

그리고 옆 카페를 빌려서 한 집들이 파티. 파티답게 음식과 음악과 공연과 축하발언과 인사들이 오고갔다. 그런데 불편했다. 그들에게 익숙해보이는 파티가 나는 불편했다. 왜 불편했는지는 조금 더 정리해봐야겠다. 여튼 그 곳에 있는 20대들은 김태1감독님이 원하시던 발랄한 청춘들처럼 보였다.

희망청 멤버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희망청은 희망청대로,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각자의 상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거겠지?

횡설수설이다. 구성에 대한 고민,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맴돌고, 여전히 뭔가 억울한 마음도 자주 생기고, 나만 멍청하게 이런 고민하고 쓸데없이 다큐멘터리 만든다고 설치고 있는 건 아닌지 짜증이 나기도 한다. 주저하는 내 모습 때문에.

나도 발랄해지고 싶다. 진심으로. 하지만 가슴이 이렇게 묵직하고, 먹먹한데 발랄한 것이 가능할까?

아무생각이나 막 적어도 되겠지? 제작일지니까 촬영본에 대해서도 좀 적어야 되나? 한 이십분 정도 촬영했다. 희망청 집들이 파티 스케치가 많다. 혼자 동떨어진 표정으로 서 있는 나비 모습도 있고, 카페 안에서 비내리는 카페 밖으로 팬한 것도 있다. 전체적으로 신나는 장면들을 신나보이게 찍었어야 하는데, 삐뚤어진 마음으로 찍어서 촬영본도 삐뚤 것 같다.

뭔 소리여.... 내일 아침에 공무원 시험 촬영가야 해서 6시 반에는 일어냐야 하는데. 왜 이러고 있는지. 친한 친구들 중에 한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몇 명의 친구들은 합격해서 동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몇 명의 친구들은 교사가 되어서 학교에 출근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친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공무원이 되어서 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제넘는 남걱정을 하고 있지만, 친구들은 모이면 내 걱정을 한단다. 혼자 서울에 가서 밥 안 굶고 잘 지내는지. 결혼은 할 수 있을지.

또 뭔소리래?

자야겠다. 요즘 원체 잡생각들이 많다보니까 뭘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이런 횡설수설 제작일지가 재미있는 거다. 이런 것도 있어야지. 아. 골 때리는 날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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