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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005. 먼데이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촬영 테이프를 보았다. 암담해졌다. 내가 촬영한 부분이 많았는데 정말 막막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화면으로 드러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걸 과연 이번에 할 수 있을지...뻔한 화면들. 그리고 역시 뻔한 인물들의 일상들. 일상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 고민은 진짜 많이 했는데 방법을 찾지 못했다. 내가 촬영한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도 했고 이 작업에 대한 불안이 확 밀려와서 인상이 구겨졌다. 모리와 나비와 좀 더 이야기하면 좋았을텐데 나는 이야기하지 못했다.

열심히만 하자고 했는데, 열심히 할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생긴다. 짜증나게 많이 듣는 말인 '다 그렇게 살지뭐' 처럼 다 그렇게 사는 것인데 우리만 의미 발견하기에 나선 것은 아닌가? 개청춘 작업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인물들은 아닌가? 얼마나 나에게 절박한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데 어디서인지 계속 막히기만 한다. 그냥 정말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 분위기가 답답한 것밖에 모르겠다. 그러면서 연출을 맡게 되었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분명하지도 않으면서 연출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나, 시작도 하기 전에 부담이 생기
는 것은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라도 쏟아내면서 모리와 나비와 길게 이야기하고 싶다. 나로서는 도저히 모르겠다고 손을 들고 싶지만, 손을 들기 전에 손을 내밀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나 혼자 하는 작업도 아니고 우리 반이다의 첫 작품인 것을 생각한다면 계속해서 고민을 나눠야 하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성실히 할 것. 깊이 고민한다면 함께 한다면 분명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나 현명하게...

근데 제목을 pause로 하면 영어라 좀 그런것 같은데 뭐가 없을까?



Posted by 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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