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작일지

아, 참, 끝났지

인디스페이스와 배급사인 시네마 달이 공동으로 주최한 DDD 프로젝트에서 [개청춘]을 상영했다. 영화를 보러 와준 지인들과 진행을 해주신 한윤형님, 고생하신 달님들과 뒤풀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설해와 걸어가다가 문득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 참, 끝났지. 편집'  

다른 다큐멘터리에 비하면 그렇게 오랜 시간 편집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첫 작품이라 그랬는지, 짧은 인생에서 그 시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편집하던 그 시간들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항상 마음에 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게 과연 끝나기는 하는걸까? 완성되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는 있을까? 어쩌면 편집 때부터가 아니라 기획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 셋 모두 마음에 무거운 추 하나씩을 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쉬는 날이 되어도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그렇다고 일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ㅎ

그 마음 무거움이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편집을 끝내고 상영을 하는 요즘도 가끔 그런 무거움과 부담이 느껴진다. 그럴때면 '아, 참, 끝났지...'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게 된다. 지금도 편집이 끝나고 작품이 완성되어서 상영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마음으로 껴안으면 너무 너무 기쁘다. 우리가 완성했다니! 

이건 다큐멘터리 한 편을 완성했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은 아닌 것 같다. 셋이 투닥투닥거리고 또 속상함에 많이 뒤척거리고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한 번 더 말을 건네며 2년이란 시간을 잘 견뎌온 것에서 오는 만족인 것 같다. 편집을 끝내는 순간까지도 '반이다'라는 우리의 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알까? 지금은 또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오늘 밤에는 그냥 그런 우리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한 102점?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을 또 잘 견뎌줄 것을 간절히...

'제작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이다의 새 작업을 소개합니다!  (2) 2010.05.13
힘이 솟았다가, 기운이 빠졌다가, 이제는 상영과 배급 차례  (10) 2009.09.13
<개청춘> 시사회 했어요!  (4) 2009.09.02
정신줄을 자꾸 놓치는 여름.  (0) 2009.08.23
우우우우  (0) 2009.08.20
그 땐 그랬지.  (4) 2009.07.16
말을 넘어서  (0) 2009.07.05
넘버링  (0) 200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