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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정신줄을 자꾸 놓치는 여름.

여름은 더운 게 당연하지만 더우면 짜증나는 것도 당연한 일. 요즘 부쩍 짜증이 늘었다. 아아아-
깅 말대로 나도 요즘 정신줄을 완전 놓치고 있다. 지난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면서 "이제는 정말 정신 차리겠어"
라고 다짐했는데 이번주도 완전 놓쳤다. 그리고 지금. 일요일 밤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이제는 정말 정말 정신 차리겠어"라고. 훗.  

지난주에는 거제로 휴가를 다녀왔다. 믿기 어렵겠지만 가족 여행이었다. 근 10년만에. 우리 가족은 나름 화목한 편이다. 그 화목에 누가 되지 않으려 나는 나름 애쓰고 있다. 이십대 후반. 변변한 직업도 없이 전전하고 있는것이 가끔 견디기 힘들지만, 그래도 쩔은 인생을 살지 않으려고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 그냥 뻔뻔하게 살자고 생각하지만 평생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삶만을 살아온 부모 앞에서는 그러는게 쉽지만은 않다. 그걸 짠하게 느끼면서도 솔직해질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뭐 아무튼 이건 하기 좀 힘든 이야기다.
아무튼 거제는 좋았다. 바람도 바다도 좋았다. 가족과 함께이기에 술을 마음대로 마실수도 없고 망가질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여튼 다시 서울, 
그래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부산 영화제에는 결국 떨어졌다. 서울로 올라오는 날 새벽에 모리에게 문자를 받았다. 속상했던 것 같다. 내가 부산에 가나봐라.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넋두리를 해댔다. 뭐, 그렇지만 괜찮다. 다르게 많이 만날 수 있으면 된다. 우리에겐 공동체 상영이 있다;; 흑;;;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배급관련 회의를 했다.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해본다. 개청춘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는데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기획단계부터 변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바램이다.

종종 내가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개청춘이 끝나고 나서 다음 작품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질문이 동시에 생기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 만약 내가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면 그 이야기일 것이라고 늘 생각하곤 했다. 그렇지만 그걸 할 자신이 없다. 자꾸만 회피하고 있다. 다른 데로 가고만 싶다. 영상을 하면서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해지는 법을 배워야 했는데. 워낙 숨기고 살던 인간이라 아직까지도 솔직해지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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