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촬영을 하였다. 연말이라서 풀어졌는지 아니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건지... 지난주에는 개청춘 스탭회의를 했고, 그제는 반이다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카페를 전전하며 이야기했다. 시간이 참 빠르지만, 게으른 우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도 많은 일을 했더라. 시작이 반이라는 이름에 맞게 무엇이든 시작하고 보는 우리. 그래서 힘들 때도 많이 있었지만, 1년을 정리하면서 또 새로운 일을 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엄지를 올리고 내리는 걸로 결정하기로 하고,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안하기로 했는데, 셋 다 엄지를 올리고 있는 걸 발견하고 우리도 웃었다. 다른 것 같지만 이런 건 쿵짝이 잘 맞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좀 무리데쓰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12월 31일. 2008년 마지막날 종각에서 타종행사와 촛불집회를 촬영하러 갔다. 엄청난 추위. 옷을 두껍게 입고 가지 않아서 추위에 바들바들 떨었다. 사람들은 몰려들고, 사람들보다 많은 전경들이 몰려들고, 사람들은 종각으로 가려고 했지만, 전경들이 가는 길목을 다 막고 있어서 가다가 죽는 줄 알았다.
분위기에 휩쓸리고 추위에 떨려서 계획했던 촬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더 하고 싶었는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도, 마이크를 들고 있던 나비도 후덜덜. 다만 참지못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예전의 촛불집회보다 규모는 작지만 왠지 곧 그만큼의 규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해도해도 너무하니까.
타종행사를 하고, kbs중계팀은 모인 사람들을 비추지 않으려고 무척 애쓰고, 사람들은 '이명박퇴진'이라는 소리가 방송을 타길 원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진행자들은 희망찬 새해를 꿈꾼다고 멘트를 날리며 카운트 다운을 하고 모인 사람들은 '아듀 2008, 아웃 이명박'을 꿈꾸며 풍선과 폭죽을 날려보냈다. 아이러니 말도 안돼 아이러니.
그 어이없는 광경이 웃기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촬영보다는 함께 외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바람에 맥도날드에 들러서 본 촬영본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 많은 것을 계획한 촬영도 아니었는데...;;;
우리는 참 재밌는 곳에 살고 있다. 심심할래야 심심할 수가 없다.
덧) 그저께 술자리에서 들었던 개청춘에 관한 이야기들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뭔가 있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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