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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040. 돈?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반씨(반이다의 반지하 사무실ㅋ)에 출근한다.
요즘 같이 추운날에는 지하철 갈아타는 게 싫어서 조금 돌더라도 한 번에 가는 6호선을 주로 타는 편이다. 화랑대역에서 합정역까지는 (지하철 시간표에 따르면) 45분이 걸린다.
(=>ハランデえきから  ハブジゥンえきまで 45ふんくらい  かかります/ 틈틈히 일본어공부데쓰)
일단 지하철을 타면 몸이 따땃하게 녹는 탓에 잠이 슬- 온다. 요즘 지하철들은 의자를 뜨끈하게 데워주어 참 좋다.

출근시간, 최근 주력하던 뜨개질은 모자란 실값으로 중단.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빌린책도 다 읽었다.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화랑대역에서 잡지를 사야겠다! 고 생각하고
룰루랄라 가판대를 향했다.
한 줄을 차지하고 있는 시사인의 표지는 '청년실업 2009 자화살 슬픈 5학년' 이었다.
오- 이거 괜춘한데!
지갑을 꺼내 3000원을 지불하려는 그 순간;;
지갑에 돈이 한 개도 없다.
두툼한 지갑은 모두 명세표로 가득...
뻘쭘하게 내밀었던 손을 다시 집어 넣고
실컷 잠을 자며 지하철을 타고 간다.

회의 중에도 간간이 서로의 생계(!)를 걱정하는 멘트들이 오고간다.
한동안 돈 버는 일에는 열중하지 못한 탓에
이제 다들 엔꼬가 보이나 보다.
룸메와 함께 버는 나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인듯(오로지 반이다에서만 ㅎ)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돈이 없는 것 = 능력이 없는 것 이 돼버려서
가끔 자기비하에 빠지기도 한다.
얼마전에 읽었던 최규석의 단편집 '습지생태보고서'의 글처럼 그냥 가난은 삶의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는데
여전히 나는 세상의 시선에 잘 보이고 싶은 건지도 모르고.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거야!
라고 자신있게 부르짖다가도
백화점에 들어서서 날 우습게 보지는 않을까, 내 차림이 가난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돈 빌리러 은행에 가서도 호기롭게 몇 백은 우습지도 않다는 듯 구라를 치는 내 모습이
아리송해~ 아리송해~

그래도 오늘은 엄마의 카드로 사골을 샀다 ㅋ
한 달 간은 사골국물로 오케이라규!

+) 제작일지에 왜 제작 관련된게 없냐고 물으시면 그냥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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