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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젊은이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달라 / 한겨레 왜냐면

[한겨레] 왜냐면


외국 가서 일하며 영어회화 익히고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봉사활동까지
젊은 혈기로 세상에 뛰어들고자 했다
기업에 나를 팔 수 있는 수단은 아니었다
날 성장시킨 이런 ‘스펙’은 별 볼일 없다
죽은 물고기 신세 우릴 매도 말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로 살아간다는 것, ‘88만원 세대’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88만원 세대> 저자가 말하는 20대들이 뭉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우리들이 외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선택받은 5%만이 대기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고, 청년실업이 20%에 육박함을 알고 있음에도 도서관에 앉아 토익책이나 뒤적여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누구보다 당사자인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토익책을 버리고 짱돌을 들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아 달라.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짱돌을 들지 못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했다. 젊은 혈기로 사회를 좀더 알고 싶었고, 사회에 익숙해지는 법을 좀더 일찍 깨닫고 싶었다. 내 나름의 방식대로 사회에 대한 인식이 생겼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성장시켜 나갔다. 남들이 영어 자격증을 딸 때 진짜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을 하며 영어회화 실력을 신장시켰고, 누구보다 영어회화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알아가고 싶었고, 그래서 4년 동안 무엇보다 봉사활동에 열중했다.

하지만 취업을 하기 위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것은 토익 점수와 자격증뿐이다. 그들이 정해놓은 자기소개서 양식 속에서 나의 경험은 순수한 의미의 경험이 아닌 싸구려 상품가치 측정 도구로 전락한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경험을 쌓았는가? 나의 ‘스펙’은 참으로 별 볼일 없구나. 차라리 그 시간에 토익 점수나 올려둘걸. 그때에야 다른 이들이 토익 점수에 목을 매는 이유를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큰 짐을 짊어지게 하는지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도전, 열정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젊음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도전과 열정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조차 알 수 없이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이 지금의 젊은이들이다. 누군들 남들 다 하듯 토익책이나 파고 도서관에 앉아 있고 싶겠는가? 또 누군들 ‘자소서’(자기소개서)도 아닌 자소설이나 쓰며 자신을 그럴싸하게 기업에 팔아 대충 맞춰서 취업하고 싶겠는가? 차라리 죽은 물고기가 되어 썩은 강물에 떠다니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지만 누군들 처음부터 깨끗한 강물 위로 팔딱팔딱 뛰어노는 꿈을 꾸지 않았겠는가?

그런 것도 모른 채 지금의 젊은이에 대해 섣불리 정의 짓지 말아 달라. 우리의 도전과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 대상이 5%의 좁은 대기업 문이고, 200 대 1의 공무원시험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현실을 순응하고 이를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말아 달라. 막 부모의 품을 뛰쳐나와 사회에 열정을 쏟아부으려 했지만 그 대상이 보이질 않는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려 했지만 마주하고 있는 것은 높은 벽뿐이다. 5%의 좁은 문이라도 없으면 모르겠는데 그라도 열려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들어가야겠다. 결국 죽은 물고기가 되어 강물에 몸을 맡기는 편이 속 편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이지만 그들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이다. 안 그래도 미치겠으니 우리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


김지나 서울 관악구 신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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