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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춘> 난 이렇게 봤어!

[개청춘리뷰]개청춘 감상글 | 에밀리오


지난 12월 12일 진행되었던 진보신당 수원/오산/화성 20대 당원모임에서의 상영 후에 쓰여진
상영+영화 감상 후기입니다. 진보네 블로거 에밀리오님의 글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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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있었던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개청춘』상영회를 하루 앞둔 날, 급행열차를 타고 퇴근하고 있는데 내 옆에 아가씨 두 사람이 앉았다.


본의 아니게 귀가 뚫려 있으므로 대화 내용을 듣게 되었는데, 대화 내용은 대략 나는 국사학과를 나왔다, 졸업할 떄가 되어서 대학원에 가려고 해봐도 학위 따서 딱히 돈을 벌 비전이 있는 건 아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자니 뭔가 빡세다, 근데 희망이 그것 밖에 없잖나? 그런 내용이었다.

 

다음날 개청춘을 보고 나서, 아... 그 아가씨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누구든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와서 볼 수 있도록 지역에서 상영회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지역에서 한 번도 이야기 해본 적도 없고, 기껏 20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대학등록금'에 대한 이야기나, '청년실업' 이야기가 전부였다.

 

위의 문제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20대 16명 중 9명이 대학생이라고 한다. 대학등록금 문제는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20대 전체를 포괄하는 이야기도 아닐 뿐더러 (16명 중 9명이면 56.2%이다!), 본질적으로 이야기하면 학벌과 승자독식 체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핵심'은 비켜간 채 마치 대학등록금 인상률과 가격만 잡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아니올씨다 싶다.

 

청년실업의 문제 역시 동일선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성창작집단 반이다」의 작품 『개청춘』은 20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장황하게 20대론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표현하자면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지난 여름 뜨거운 태양볕 아래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농성이 한참일 때 퇴근 후 매일같이 그곳을 찾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클로로포름을 토해내는 헬리콥터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나서 '내가 슈퍼맨이라도 되서 저 녀석을 끌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그 순간 나랑 같은 생각을 했었고, 그걸 입 밖으로 꺼냈을 때 아... 나만 그랬던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되었다.

 

공감할 수 있고, 그걸 통해서 나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 위안.

 

『개청춘』도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을 한다.

 

상영회에서 출연자인 인식 씨에 대해서 반이다에서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 라는 다소 공격적인 반응을 보게 되었고 - 나는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이건 세계관의 차이인 것 같다. -, 혹자들은, 특히 남자 분들이 많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루카치가 언젠가 말했듯 (아! 난 레닌주의자는 아니다..) "모든 소설은 성장소설이다"라는 명제에 동의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작품은 성장"을 전제로 하며,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사는 바에는 "성장(혹은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고, 이는 상호영향과 성장을 수반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다. 이 부분은 더 이야기하면 너무 분석적이고 재미없을 것 같으니 넘어가고,

 

작품에 나오는 인식, 민희, 승희 세 분의 이야기는 내게 많은 공감과 반성을 안겨 주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과 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은 그들의 모습이고, 또 나의 모습이고, 또 20대인 당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성창작집단 반이다」의 멤버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도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았다. 추운 날, 먼 거리를 달려와주신 지민 씨에게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도 이 사람들은 이런 공적 담론을 만들고 소통하려고 하는데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해보게 된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냥, 누군가를 지도하고나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이야기 해보고 싶다. 그래서였을까, 직장인으로서 이걸 준비하다보니 때려죽여도 다시는 안 해야지 했는데... 끝나고 나서 제대로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조록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대를 가지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속에서만 생각했던 일들을 사실은 나도 그랬다며 다른 이의 입을 통해서 확인하고, 서로 부둥켜 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의 말미에 나오듯이, 취업을 하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돈을 많이 벌게 되고. 그게 행복해지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의 끝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내 안에서만 생각하던 것을 작품 속에서 타인의 입을 통해서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작은 시작에 함께 하고 있는『개청춘』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20대든, 대학생이든 간에 꼭 한 번씩 보았으면, 그리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