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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춘> 난 이렇게 봤어!

[개청춘 리뷰]무시무시한 신자유주의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20대의 이야기 <개청춘>

티스토리 블로거 Fleur 님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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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20대가 관찰했다. 민희, 승희, 인식 이렇게 3명의 20대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삶을 필름에 담은 영화 <개청춘>. 이 다큐멘터리는 주인공 그들의 이야기이자 영화를 만든 감독들의 이야기, 그리고 관객인 우리들의 이야기이도 하였다.

#1 민희의 이야기

 민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기업 백화점에 취직하여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근하고 있다. 청년실업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쇼킹하게 느껴지지 않는 요즘, 대기업에 다닌다는 조건만으로도 민희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것 사고 있었다. 친구들이 보기에 그녀는 먹고 살만하고 따라서 행복해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민희의 마음 한 구석엔 다른 꿈이 있다. 바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다는 것. 지금의 직장은 물론 그녀에게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주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녀는 진정 행복하지 않다. 이제 행복을 찾을 시점이 왔음을 느꼈을까. 촬영이 시작된 후 민희는 용기를 내서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게 된다. 야간대학에서 사회복지관련 수업을 듣고,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한다. 그리고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대해서도 대응하기로 한다. 새로운 도전은 민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2 승희의 이야기

 만화가가 꿈이었던 승희는 한 방송국에서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2년차 작가인 그녀는 아직 작가의 본업인 글을 쓰지 못한다. 막내기 때문에 지금껏 온갖 잡일들만 도맡고 있다. 원래 작가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글을 쓰려고 작가의 길을 선택한 것인데 점점 회의감만 늘어나고 있다. 게다라 쥐꼬리같은 월급 때문에 힘들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 직장마저 잃을 것 같은 기운이 감돈다. 다큐멘터리 작가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방송국의 방침이 승희의 귀에 들려온다. 그녀는 글을 쓰기 위해,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즉, 살아남기 위해 다른 방송국에 지원서를 내기로 한다.


#3 인식의 이야기

 인식은 디자인고등학교를 나온 뒤 쭉 어느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전공을 살려 직업을 가지고 싶지만 그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아직 꿈도 막연한 편이다. 가게경영에 대해서 배우고 옷가게를 운영하고 싶은 인식. 그는 촬영이 시작되고 얼마 있지 않아 술집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된다. 일본인 프리터족에 대한 영화를 본 뒤 자신은 그들과 다름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꿈을 이루겠다며 먼저 옷가게에서 일해보기로 한다. 그러나 자신이 촬영대상이라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지 곧 일을 그만두고 잠적하고 만다. 결국 옷가게에서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없었던 인식은 원래 일하던 술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일단 얼마남지 않은 군입대까지 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4 영화감독 <반이다>의 이야기

 여성영상집단 <반이다>. 영상이 좋아 다큐멘터리를 찍게된 그녀들 역시 20대이다. 분명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좋아서 선택한 길인만큼 후회하지는 않는다. 힘든 나날들이지만 매일 소소한 즐거움들이 생겨나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들 때문에 그토록 좋아하는 이 일을 못하게 된다면 어쩌지? 꿈꿀 권리마저 박탈해버리는 무시무시한 이 사회에서 20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녀들은 일단 이 곳 저 곳에서 만난 주변의 20대 3명을 촬영하게 된다. 세 청년들을 만나면서 때로는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월세가 더 싼 사무실을 찾아 옮겨야하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들은 세 청년들의 삶에서, 그리고 그들을 찍는 자신들의 삶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찾아 나선다.


#5 영화를 본 나의 이야기

 영화를 보는 내내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불편한 이유라면 역시 20대의 삶이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어느 여고생의 소감은 정말 간단명료했다. “정말 힘들어보였어요.” 그렇다. 화면속의 주인공들은 정말 힘들어보였고, 그것은 화면을 들여다보는 내 모습이기도 하였다. 아직 꿈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군대를 코앞에 둔 인식에게서 현재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꿈과 현실사이를 고민하는 민희에게서 미래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내가 갖고 싶은 직업은 방송국 PD이다. 하지만 인식이 그랬듯 당장 무언가를 시작할 수는 없을 것만 같다. (군대가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일까?) 또 승희처럼 하고 싶었던 일을 취미활동 정도로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민희의 20살 때처럼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이 사회는 꿈을 갖기엔 너무 삭막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할 수 밖에. 그러면 <개청춘>은 그저 20대의 비관적인 신세한탄? 그럴 리가.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럼에도 20대는 살아간다.’가 아닐까? 현재 민희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고, 승희는 새로운 방송국에 작가로 들어갔으며 인식은 군입대를 하였다. 그리고 <반이다>는 지금도 영화찍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 쪽글을 쓰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누구나 고민을 업고 살아간다. 그러나 또한 누구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무시무시한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무작정 남들처럼 살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가 영화를 보며 지은 결론은 일단 20대를 살아가보자는 것이다.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이런 삶의 흐름속에서 행복한 나를 찾고, 행복한 사회를 찾는 것이 우리의 남은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