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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춘기사읽기

[충대신문] 다큐멘터리 <개청춘> 짖어라, 열릴 것이다

11월 초에 충대신문에 실렸던 기사에요.
이제사 링크 - *_*
원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그나저나 반이다는 같이 찍은 사진도 저런 것밖에는 없다능....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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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개청춘> - 짖어라, 열릴 것이다
20대=루저’라는 틀짓기를 거부한다

[1008호] 2009년 11월 02일 (월) 오소영 기자 ohsori@cnu.ac.kr

 

   

   
여성영상집단 '반이다'
 
  지금의 20대는 현재도 미래도 불확실하며 주어진 기회마저도 변변치 않다. 또한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어진 사회에서 패배자(루저, loser)로 불리며 ‘문제’로 낙인찍혔다. 취업난, 잉여인간 등 잘 쓰이지 않던 용어들이 등장하며 ‘20대는 곧 루저’라는 인식이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조류에 맞서 묵묵히 삶을 관찰하고 담는 이들이 등장했다. 어려운 20대의 삶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부쩍 늘어난 지금, 주목할 점은 20대 자신이 20대에게 카메라를 들이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화, 나비, 지민 20대 여성 세 명이 뭉친 여성영상집단 ‘반이다’를 인터뷰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에서 따 온 이름처럼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다큐멘터리 <개청춘>은 지난 2년 간의 제작을 마치고 9월에 상영을 시작했다.

  20대가 ‘루저’라고 칭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을 다뤄보려는 다큐멘터리는 많았다. 하지만 그것들의 대부분은 20대를 불쌍한 존재로 표현했다. <개청춘>은 이런 기존의 다큐멘터리를 향한 반감의 표현이며 기성세대의 시선에 대한 거부이다. 나비 씨는 “20대 당사자로서 우리가 그렇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바깥사람들이 우리를 규정지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얘기를 해보자는 거죠.”라고 말한다. 고졸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식, 방송국 막내작가 승희, 입사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막내 여사원 자리를 지키는 민희 등 등장인물들의 사정을 잘 보여준다. 20대를 마치 ‘덩어리’처럼 취급하는 방송 다큐멘터리보다 각 개인을 심도있게 다룬 영상은 상황에 대한 공감을 더 크게 불러일으킨다. 경화 씨는 “지금의 20대 문제는 다들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여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문제를 겪는다는 걸 보여줘서 공감과 함께 위로도 해주고 싶어요. 세대 전체의 문제니까 자책보다는 연대를 했으면 해요.”
  다큐멘터리에는 ‘반이다’의 세 여성도 등장한다. 세 인물과 ‘반이다’의 공통점은 ‘일하는 20대’다. 20대의 가장 큰 문제를 청년실업으로 지적하며 그것을 분석하는 사회에 이들은 묻는다. 그것만 해결되면 사회가 행복해질까? 지금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답은 ‘아니다’. 지민 씨는 “일을 하면서도 행복해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며 “안정적인 대기업을 다니면서도 죽을 만큼 힘들다는 친구들도 많아요.”라고 말한다. 인물들은 직장을 다니며 나름대로의 문제에 부딪힌다. 열심히 살아보려 애쓰지만 직장 생활은 힘들고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촬영 기간 동안 ‘반이다’와 세 인물들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개청춘>에서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작진의 출연과 소통이 이뤄진다. 관객들은 이로 인해 그들과 그들을 얽매고 있는 사회 현실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답답한 현실과 그 안의 초라한 인물들. 그런데 ‘반이다’는 <개청춘>이 루저문화라는 것에 동의할까?
  ‘반이다’는 ‘루저 문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경화 씨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경제적인 잣대만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건 불합리하다.”며 “누군가는 저임금을 받으며 불안하게 사는 이들을 패배자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반짝반짝한 사람들인걸요.”라고 한다. 지민 씨가 덧붙인다. “‘루저문화’는 루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문화가 아닐까요? 스스로 루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루저라 칭하지 않죠. 오히려 ‘너희는 나를 루저라고 보지만 나는 루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루저문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루저라는 말 자체에 동의하지도 않을뿐더러 ‘루저 문화’라는 문화 현상이 있다면 그것은 패배 의식이 아닌 오히려 저항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쯤 되면 <개청춘>을 자조적이고 부정적인 ‘개같은 청춘’이라고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에는 두 가지 의미가 더 있다. 젊은 세대가 강조의 의미로 자주 쓰는 ‘개’라는 말을 붙인 ‘진짜 청춘’이라는 뜻과, 희망적인 ‘개(開)청춘’. ‘반이다’는 촬영을 거듭하며 점차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기존의 일터에서 생기없이 일하던 인식, 승희, 민희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결국엔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찾았다.
  정말 행복한 삶은 어떤 것일까. 이들은 “하나의 기준으로만 삶을 결정짓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팽배해 있는 경제적 기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삶.
  “세상은 경제적으로 1%의 승리자와 99%의 다른 사람들로 이뤄져 있잖아요? 그 1%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아닌 다양한 1%가 99개 있어서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져야 하죠.”
  현재 ‘반이다’는 ‘개청춘 프로젝트 워크샵’을 진행 중이다. 기술이나 장소가 없어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제작 방법을 가르쳐준다. <개청춘>의 가장 큰 기획의도는 “작품을 본 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으면 한다.”는 것. ‘반이다’는 “우린 만나서 이제 같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개청춘>의 마지막 나레이션을 실천하고 있다.

  ‘반이다’가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들은 지역주의, 드센 어머니의 모습(보통 어머니의 희생적 모습을 담음에도) 등 강요받고 억눌리는 무언가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욕구들이다. “대학생들 얘기는 없나요?” 했더니 “당사자가 직접 만드셔야죠..”라는 쿨한 대답이 떨어진다.
  <개청춘>은 20대 다큐멘터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저희는 <개청춘>이 20대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부에 대한 얘기죠. 이런 일부 얘기들이 모이면 세대의 전체 얘기를 할 수 있겠죠.”
  오르는 등록금에 허리가 휘어도, 당장 내일 벌어먹을 게 걱정이라도 스스로, 또 연대를 이뤄 바꿔보려는 노력을 한다면 세상은 변한다. ‘개좋은’ 개청춘아, 열려라. 짖어라, 열릴 것이다.

오소영 기자 ohsori@cnu.ac.kr
/사진 반이다 제공

  <개청춘>은 공동체상영*을 하고 있다.
  상영문의: 배급사 ‘시네마 달’
(
cinemadal@cinemadal.com / 02-337-2135)
*공동체상영: 극장 중심의 상영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상영 테이프를 대여해 보는 형식이다. 영화 문화로부터 소외된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을 증진시키고 작은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만들어 영화 문화를 풍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