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109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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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개청춘을 알아! | ||||||||||||||||||
'88만원 세대론' 뒤짚는 화끈 발칙 독립 다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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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0대가 있다. 공사판 일용직에 설거지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일 없이 몸을 놀렸지만 돈도 경력도 쌓이지 않는 ‘만년 알바생’, 1박2일간 피를 열두 번 뽑는 실험 아르바이트로 대학 등록금 대출 이자를 겨우 갚아내는 ‘예비 신용불량자’, 대출도 잘 되고 가족이 명절 때 친척에게 자랑하기 좋아 그나마 견디지만 언젠가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자칭 ‘쩌는 직장인’…. 이들이 한목소리로 묻는다. “우리, 10년 뒤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대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세상에 퍼진 지는 오래됐다. 누군가는 “꿈만 있으면 다 된다”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눈높이를 낮춰라”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토익 책을 덮고 짱돌을 들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하건, 그것은 20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정작 20대는 부모님 혹은 교수님 혹은 면접관인 윗세대가 세워놓은 20대의 역할 모델에 자신을 맞춰갈 뿐이었다. 윗세대가 내놓는 숱한 ‘20대론’에 이제 20대는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감독 안창규·2008)은 대학 등록금으로 시름하는 20대를 다뤘다. ‘고려대 출교생’ 중 한 명인 안형우씨는 한 달에 30만원씩 내야 하는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으려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 아르바이트에 참가했다. 1박2일 동안 30~60분 간격으로 열두 번 피를 뽑으면 30만원을 주는 이 일자리는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출교 사태 이후 안씨는 그나마 이런 아르바이트에도 참가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렸다.
일본의 한 20대는 아예 카메라를 뒤집어 ‘셀카’로 20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조난 프리타>(2007)의 감독이자 주인공 이와부치 히로키 씨는 캐논 공장의 파견 사원. “단지 버튼만 눌러 닫기만 하는 거라 머리 좋은 오랑우탄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프린트 잉크에 뚜껑을 붙이는 자신의 직무를 소개한다. 이와부치 씨 주변의 모든 것은 ‘임시’이다. 임시로 파견된 회사, 임시 기숙사와 임시 대여 자전거, 매 끼니를 때우는 일회용 도시락, 달마다 다른 공장으로 떠나 버리는 임시 친구까지. 학자금 대출금을 갚기 위해, 동경하던 도쿄 근처에 살기 위해 이와부치는 “피곤해” “재미없어”라는 말을 반복하며 고만고만한 임시?파견 일자리를 뱅뱅 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개청춘>에서 ‘알바생’ 청년 인식씨는 감독과 함께 일본 다큐멘터리 <조난 프리터>를 보고 인상을 구긴다. “애가 뭐 저래, 발전도 없이.” 그러곤 조심스레 묻는다. “제가 저래요? 아니죠?” 얼마 뒤부터 인식씨는 제작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신이 다큐멘터리 속에서 <조난 프리타>의 주인공처럼 한심한 20대로 비춰질까봐 두려워서 잠적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20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인식씨는 용기를 내고 다시 카메라 앞에 등장했다. 완성된 <개청춘>은 큰 영화관에는 걸리지 못했지만 구석구석 ‘공동체 상영’으로 감독과 주인공 또래 20대를 만났다. 지난 9월29일 연세대에서 열린 공동체 상영회에는 관객 300여 명이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린 만나서 이제 같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라는 <개청춘>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20대가 스스로 ‘진짜 20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려면 <개청춘>과 <대학을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독립영화 전용 배급사 ‘시네마달’에서 공동체 상영 신청을 받는다. 문의 cinemadal@cinemadal. com, 02-337-2135.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10월15~16일 전주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조난 프리타>: 인디스페이스에서 공동체 상영 신청을 받는다. 문의 indies@kifv.org. 10월11일 인디스페이스에서, 10월24일 ‘카페 빵’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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