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청춘기사읽기

[문화저널21]그대, 꽃같은 청춘이 '썩은 꽃잎'처럼 느껴지는가 | 20대가 이야기한 20대의 다큐멘터리 영화 '개청춘'

지난 11월 초에 있었던 빈집에서의 상영회를 다룬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그대, 꽃같은 청춘이 '썩은 꽃잎'처럼 느껴지는가
20대가 이야기한 20대의 다큐멘터리 영화 '개청춘'
 
지난 9일 오후 8시 도심 속 생활공동체인 '해방촌 빈집'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개청춘' 상영회가 열렸다. 이날 상영회의 제목은 '빈집, 우리 당장 만나!'이다. 
 
'해방촌 빈집'은 모든 살림살이를 공유하는 생활공동체로서 현재 8명의 구성원들이 함께 살고 있다. 영화 '개청춘' 상영 시작 전, 빈집 구성원들은 음식과 음료수를 손수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모인 사람은 총 20여 명. 영화 상영 소식을 듣고 MWTV(이주노동자방송) 기자들도 빈집을 찾았다.
 
생활공동체 '빈집'에서 '개청춘'의 상영회가 열렸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다과회와 함께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됐다. © 배문희기자

상영이 끝난 후에는 다과회와 함께 '개청춘'을 제작한 여성영상집단 '반이다'의 나비와 지민 감독의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선 개청춘의 기획의도, 만드는 과정, 등장인물들의 현재 삶 등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날 상영회에 참여한 이기태(30) 씨는 "20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녹아 있어 10대와  30대가 보기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88만원 세대의 혼돈과 방황의 기록
영화 '개청춘'은 20대 여성감독 나비, 지민, 깅 세명이 모여  세대의 이름마저도 돈으로 불리는 88만원 세대의 일상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상황과 혼돈의 기록을 담은 영화다.
 
여기 세 명의 젊은이가 있다. 공사판 일용직에 호프집 알바까지 안 해본 일 없이 일하지만 돈도 경력도 쌓이지 않는 ‘만년 알바생’ 인식, 방송국에서 막내작가로 일하면서 언젠간 서브작가로 올라설 날을 꿈꾸는, 아직은 작가라는 말보다 잡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승희, 대출도 잘 되고 가족이 명절 때 친척에게 자랑하기 좋아 그나마 견디지만 언젠가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쩌는 직장인' 민희 등...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한 목소리로 묻는다. "니들이 20대를 알아?"
 
다큐멘터리 영화 '개청춘'은 20대가 20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20대 여성감독들의 일상도 함께 담아낸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작품 속 20대 청춘들과 영화를 찍는 세 명의 20대 감독들의 삶과 생각이 함께 영글어간다. 그 과정이 20대의 솔직함과  당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20대의 불안한 미래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영상으로 표현된다. 세숫대야에 몸을 처박고 쉴새없이 자맥질 하는 잠수부 인형과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전깃줄, 배기구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은행잎들은 불안하고 답답한 20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영화는 섣불리 희망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영화 속 3명의 젊은이들은 영화 속에서 성장하며 변화를 겪는다. 인식은 군대에 가고, 승희는 서브작가로 도약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쩌는 직장인' 민희는 잘나가는 대기업 정규직을 관두고 야간대학에 다니게 된다.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치열하게 자신의 20대를 살아간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등장인물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배기구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은행잎들도 언젠가 배기구 속을 박차고 나가 하늘을 날게 되지 않을까. (상영문의: '개청춘' 홈페이지 http://dogtalk.tistory.com/ 전화 02-337-2135)
 

<미니인터뷰> "20대의 이야기 함께 나누고 싶었다"
영화 '개청춘'의 나비, 지민 감독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과 이야기하는 (왼쪽부터)나비, 지민 감독 © 배문희기자

여성영상집단 '반이다'의 첫 영화인데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나비: 동갑내기 여자 세명이 영화를 만들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서로 작은 것들이 쌓여 폭발하기도 했고...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도 함께 성장한 것 같다. 등장인물들과 영화를 찍으면서 인간적으로 친해지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도 힘든 점이 많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들에게 버거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들의 아픔과 시련을 마주 대할 때 그 순간에도 영상을 생각하는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다.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지민: 우선 우리가 20대이기 때문에 20대만이 할 수 있는 20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속에서 단순히 20대의 이야기만이 아닌 사회 전체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제작기간은?
지민: 기획부터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총 2년이 걸렸다. 20대 중반에 영화를 시작해 20대 후반이 된 셈이다. 영화가 함께 청춘을 보냈다고나 할까.
 
'개청춘'의 의미는?
지민: 이름이 너무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개청춘은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니다. 우선 우리 세명이 28살 동갑내기 개띠다. 또 '개'는 '개좋다'는 말처럼 강조의 의미도 있다. 한자어로 '열 개'자를 써서 '開청춘'이란 뜻도 있다. '청춘을 열다' 멋지지 않은가!
 
문화저널21 배문희기자 baemoony@mhj21.com
 
기사입력시간 : 2009년 11월10일 [17:3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