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급일지

다큐 인 나다 상영 후기

오늘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을 했다.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영화,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살아남아주고 있다. 오늘은 여름의 피서지라고 하는 극장! 시원한 공간에서 GV하니까 좋더라. ㅎ

지난 달에 상영할 때는 10여명이 오셨다고 했는데 오늘은 3-40여명 정도. 우석훈 선생님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인듯. 섭외 전화에 개청춘이 극장에서 상영한다니 '오브 코오올스'를 외치며 흔쾌히 수락하셨다고 한다. GV 때도 상업적인 공간에서 개청춘 상영한다니 감격스럽다고까지 하신. 우리보다 더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것 같다. 많이 까먹고 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마움이 커질 것 같다. 이름없는 다큐를 열심히 응원해주신 분들, 블로거들. 흑.

새삼 이런 이야기를 적는 것은 다시 한 번 막막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셋이 각자 지금 연출하는 다큐가 있는데 한 편은 장편이고 두 편은 중편.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벌써 그 배급이 걱정이다. 장편이야 또 살아남는 방법이 있겠지만, 중편들은 어디서 상영할 수 있을까. 영화제 마저 걸지 못한다면, 사장의 길이다. 그 배급의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가끔하는데 그러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88세대 관련한 당사자들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라는 점, 장편이라는 점, 집단이 만들었다는 점, 선배, 지인들의 도움이 많았다는 점 등. 지금도 20대 관련한 새롭고 더 구체적인 다큐멘터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단편이다. 그러다보니 공동체 상영에서 좀 많이 불리하다. 우리 것이 더 좋아서라기보다는 장편이라서 선택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홍보를 해주신 덕도.

요즘은 상영을 하기가 살짝 두렵다. 관객들의 반응이 1년 전만큼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20대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주셨다. 상영 마치고 들어가면 상기된 표정들이 많이 보였었다. 하지만 요즘은 들어가면 약간은 냉랭한 분위기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이야기라는 얼굴들이다. 오늘도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고 막말은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다행. ㅎ  한편으로는 그동안 시류를 잘 탔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좋은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좋고 힘이 있다. 시대를 넘어서는 시선이 있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리의 영화는 그런 힘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우리의 한계였을테다. 20대와 88만원세대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기대고 있었다는 냉정한 판단이 (이제서야)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뭐 어쩌겠어?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시선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ㅎ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운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 되겠지 싶다. 20대 운동하는 사람들에 빚진 것을 잊지 않고. 우울해하지 말고, 으샤으샤! 다음 작업들도 운이 따를 수도 있잖아! ㅋㅋ (ㅋㅋ를 붙임으로써 해맑아보이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