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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일지

[상영후기] 대구인권영화제 상영을 다녀와서

드디어 가족들이 살고 있는 대구에서 [개청춘] 상영을 했다. 영상을 만들면서 지금껏 한 번도 가족들에게 내가 만든 걸 보여준 적이 없었다. 아니다. 조연출한 [샘터분식]이나 RTV 방송은 봤다. 하지만 정확히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다들 잘 모른다. 그래서 막연히 걱정하는 부모님께 [개청춘]을 보여드리기로 결정. 내가 생활하는 모습이 나오니까,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상영은 집에서 차타고 십분 가면 되는 계전사거리. 영상미디어센터 씨눈에서 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비오는 날에도 불구하고 40여명의 관객들이 찾아와주셨다. 대부분 20대인듯 보였다. 그 중에는 내가 연출한 줄 모르고 영화를 보러 온 사촌 오빠도 있었다.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시간도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라서 내가 속사포 같은 랩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가족들의 반응은 단답형이었다. "재밌네."(남동생) "니가 감독이가?"(엄마) "제목을 딴 걸로 해야 어른들도 보지"(아빠) "니 목 없는 것만 나오드라"(언니) "......"(형부) 뭐 각자 속으로 생각하는 게 있었겠지 하면서 더 물어보지 않았다.

상영을 한 곳은 내가 중고등학교때 놀러다디던 곳이었다. 동네. 대학 때는 거기서 하는 단편영화제, 평화영화제, 가끔 하는 감독 특별전 같은 것을 보러갔다. 조카를 품에 안고 상영관 밖 창가에 서서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았다. 나는 아직도 그 때의 중학생인 것 같고, 대학생인 것 같은데, 이렇게 우리 영화를 상영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내 나이가 실감나지도 않고 감격도 없었다.

'나이를 지우면 사람이 보인다'가 인권영화제의 주제였다.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우리 영화는 20대란 키워드에 파묻혔었는데, 좀 벗어나는 느낌? 지역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대학을 다닐 때 보고 싶은 영화는 모조리 서울에서만 하는 것 때문에 진짜 짜증이 많이 났었다. 간간이 있는 영화제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 때 경품추첨해서 받은 DVD세트가 아직도 방안에 있다. 뭔가 감상에 젖고 싶지만, 그러기엔 아직 영화를 만든 시간도 짧고, 살아온 세월도 짧은 것 같다. 과거에 대한 생각보다는 오늘 해야 할 캡쳐에 더 마음이 간다.

상영후기인지, 개인적인 수다인지 모르겠지만...끝! 보러 와주신 분들께 감사! 더 많은 이야기를 못나눠서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