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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일지

다시, 나 역시 88만원 세대의 일원으로

-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겨온 것이다 보니 반말입니다. 양해를. 종종 이런 상념들을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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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20대들을 최초로 호명한 말은 어쩔 수 없이 '88만원 세대'라는 말이다. 뭐 그 외의 말로는 통칭 '찌질이'들이라고 이야기할수도 있겠다. 이것이 20대 외부가 20대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선이다. 한윤형이 말했듯이 20대 너희들은 찌질해. 20대 너희들 사실은 잘 할 수 있어. 라는 20대에 대한 상반된 이야기는 결국 '전세대의 정치와 지금 20대의 정치가 어떻게 다른가, 혹은 달라져야 하는가'를 규명해내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동어반복에 다름 아닐 것이다. 세대론이라는 함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세대의 특수성에 대해서 떠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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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춘천의 한 대학에서 상영을 했었는데, 20대들을 직접 만날 때 느껴지는 에너지에 비해. 소위 말하는 '어른'들이 이 영화를 혹은 '반이다'라는 세 명의 젊은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절망할 수 밖에 없다. 이 양반들은 나이는 다 어디로 처먹은건데 이런 좁은 세상 안에서 살고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어른들한테 '참 대단해요'라는 칭찬이나 들을려고 영화를 만든 게 아니다. 내가 제일 화가 나는 순간은 '어린 친구들이 이런 걸 하고 참 대단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이다. 이건 동시에 이런 활동을 하지 않는 다른 젊은이들과 우리를 분리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곳에 가서는 그런 친구들에게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찌질하다'라고 말하겠지. 오히려 나는 알고 싶다. 많은 20대들이 왜 그런 의욕상실 상태에 있는지, 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방황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다 보면 다시 한 번 물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이 그렇게 총천연색의 꿈을 꿀만한 '괜찮은' 세상인 건지 말이다. 자기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세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그걸 알면서도 '참 훌륭한 청년들이네 어쩌네'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걸까? 소위 진보적입네 하는 '어른'들도 결국은 이런 세상을 만들어버린 공모자인 것 같다. 적보다 못한 친구랄까. 줍기도 뭐하고 버릴수도 없는 그런 패. 가끔 한 술 더 떠서 반이다를 보고 '우리 후배들'이 이런 걸 만들었다고 얘기할 때가 있다. 이게 386들의 전형적인 시선인 것 같다. 반이다 중 누군가는 그 말에 이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 '아니 우리가 왜 자기 후배야? 밥 한 번 사준적도 없으면서?' 웃겼지만, 동감했다. 누구 맘대로 지들 후배인가? 그런 건 사양하겠다. 당신들의 세상과 우리의 세상은 다르다.  

개청춘을 보고 20대들이 쓴 리뷰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이외의 세상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아하는 좁은 마음 같은 것들. 자신이 고민하는 세상이 전부라고 믿는 그런 마음들. 생각해보면 개청춘을 제작하기 이전에 나 역시 그랬다. 자신이 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다른' 고민을 한다고 생각했겠지. 무언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사람이 가장 멍청해지는 순간인 것 같다. 조금 더 정리해봐야 할 것 같다. 뭔가 꺼름직한 이 기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