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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스럽게-

그냥 수다

요즘은 제작일지에 새 글이 뜸하다. 사실 모든 카테고리에 새 글이 뜸하다.
가볍게 쓰는 게 힘들어져서이기도 하고
뭔가 계속 일이 밀리다보니 (게다가 모두 개인 블로그가 있다보니!) 여기에는 뭔가 '작업'스러운 것만 적어야 할 거 같고.

그냥 오늘은 이것저것 적어보고 싶다.

우리는 '개청춘'을 만든다.
'개청춘'은 20대를 위한 영화인가?
확실히 내 또래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만드는 영화이긴 하다.
그런데 늘 20대라는 말이 걸린다. 20대는 언제든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틀이니까. 그리고 20대를 한 마디로 묶을 수도 없는 거니까.
그 고민은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달랑거리며 매달려있다.
20대를 대표하거나 그들을 한 덩어리로 묶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걸까?

사회적 약자의 확대.
예전에도 여성들은 취업이 어려웠다. 비정규직이 많았다.(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없을 때부터!) 장애인들은 일할 기회도 얻기 어려웠다.(지금도 당연히!) 지금은 '4년제 대학'을 나온 '신체 건강'한 '남성'들(말하자면 이 나라를 이끌어가셔야 할;)마저 취업이 어렵고 비정규직이 될 위험(!!)에 처해있다. 그러니 이것은 사회문제가 되고 온 나라가 걱정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야금야금야금 땅따먹기 하듯이 가진게 없는 사람들은 설 땅이 줄어들고 있다. 이 이야기는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영상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참 좋은 경험도 많았는데, 비참한 일도 많았다.
예전에 '필승 연영석'을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공감이 갔는데, 소비되는 느낌이랄까,
그냥 행사에 구색맞추기가 되기도 하고, 늘 외부인인 것 같은 느낌? 절대 당사자가 될 수는 없는 그런 느낌도 많이 받았다.
카메라 뒤에 숨어있어야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걸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을 때면 참 초라해진다.
수단.
우리의 일은 그저 수단일 뿐인가?

정말 이것저것 그냥 쓰는 김에 ...
아까 마감뉴스를 보는데 이 나라가 참 끔찍한 곳이구나 싶었다.
PD수첩의 제작진들은 날치기 체포를 당하고, 용역들은 철거도 안 된 세입자들의 가게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고, 정부는 불법집회에 강경대응을 고수한다고 하고, 신인여배우 한 명은 자살했다.
아 더럽다.

요즘은 촬영이 거의 없다보니 작업실에 콕 박혀서 산다.
그래도 내일은 시청에 나가야겠다. 용산참사가 있은 지 100일. 그 백일이 지나는 동안 제대로된 사과는 커녕, 불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놈의 나라에 화를 내고, 돌아가신 분들, 그리고 더 힘드실 유가족분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러 갈 거다.

내일부터는 제작일지도 꼼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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