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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028. 카페 수다

촬영 다녀왔다. 원래는 오후에 인식씨 인터뷰도 있었는데, 갑자기 알바하는 바람에 취소되었다. 정신 없어서 문자 답장도 못했네. 우선 간단한 정보부터 적고.

승희씨와 친구 두 명 모임/ 연희동 카페/ PD150, 와이어리스/ MF/ 수동노출 /오후 4시-6시 30분/ 시작할 땐 밝았다가 나중엔 해지고 어두워짐

원래 자동으로 노출을 설정했는데, 지난 번 프리뷰 때 보니까 어둡기도 하고 밝기가 왔다 갔다 해서 수동으로 맞추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불안함. 카페가 어두워서 게인을 좀 높였는데, 지지직 거리면 어떡하지? 재밌는 이야기 많았는데 못 쓰는 거 아냐 하는 불안함. 확인해봐야겠다. 무섭다.

토요일이라 승희씨가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간다고 했다. 그래서 익사이팅한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리는 비. 승희씨가 친구들과 만나서 카페에서 이야기한다고 했다. 연락을 나비가 하고 촬영은 내가 갔다. 우리가 두 세번 연락하고 일정이 바뀌면 어떻게 되었는지 또 연락하고, 장소에 도착하면 또 전화하고, 촬영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내가 생각해도 좀 귀찮을 것 같다. 불편하기도 하고. 다행히 아직 화를 내시진 않지만 좀 미안하다. 아까 민희도 좀 촬영했는데, 자신의 생활을 보여준다는 게 쉽지 않을텐데 고맙다. 출연자분들 모두. ㅠㅜ

승희씨와 발랄한 그녀의 친구들의 수다를 실컷 들었다. 카메라만 없었다면 나도 앉아서 수다떨 수 있었는데. 나와 동갑인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공감대 백배! 특히 에쵸티와 젝키 이야기 하면 ㅋ.

오늘은 크리스마스 행사 (그녀들은 엄청난 행사를 한다. 벌써부터 준비) 를 준비하고, 달력 제작도 의논했다. 그리고 직장과 친구들과 펀드에 관한 이야기들. 몇 개의 중요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무사히 촬영이 끝난 듯.

승희씨와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부러웠다. 한 동네에 오래 살면서 그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고 체육대회도 하고 달력도 만든다니. 완전 멋있다. ㅎ. 유치원을 다닌다는 한 친구를 보니 늘 만들기를 하느라 지쳐있던 나의 유치원 교사 친구가 생각이 났다. 아무리 지쳐도 친구들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엄마라는 친구를 보니 또 다른 내 친구가 생각이 났고. 현실은 펀드가 반토막 나고, 직장에 해고할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도, 웃을 수 있는 건, 아니 버티게 해주는 건 그런 친구들과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사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 오늘 촬영. 물론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실제 생활은 그렇지 못한. 뭐 그렇다고 해서 펀드가 반토막나거나 비정규직이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도 가끔 웃을 수 있는 우리는, 조건이 조금 더 안정되면 훨씬 더 많이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그녀들은 어떤 퀴즈를 낼까? ㅋ 난 데이트 할 일이 없으니 열심히 촬영해야겠다. (이거 촬영 후기라기보다는 내 블로그에 쓰는 글인걸...;)

촬영후기 다운 이야기는... 카페에 있는 모습을 촬영 할 때, 대화가 많은데 어떻게 촬영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 조금 더 다른 구도는 없을까 하는 것. 위에서 하이앵글로 내려찍고 싶은데 방법은 없을까 하는 것. 그리고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을 드러낼 수 있는 구성이 필요. 이야기로만 담는 것 말고 조금 더 큰 스케일, 또는 디테일한 상황으로.

촬영 마치고 오는 길에 미래에셋 광고가 보였는데 카피가 '돈은 꽃이다'였다.

빨리 녹취하고 싶다. 오늘 갔던 카페가 마음에 들었다. 비오는 날 가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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