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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022. 출, 퇴근 촬영.

승희씨의 출퇴근 길을 찍기로 한 날.
평소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시간-새벽 6시-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챙긴 후, 승희씨네 집으로 갔다.

근데-_-; 마침 집 앞에서 공사 하는 중;;;
집 앞을 큰 트럭이 떡하니 가리고 있다. 아 놔; 어찌 찍어야 될지 허둥대는 사이 승희씨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승희씨와 함께 꼬불꼬불 골목길을 걸어서 나온다. 승희씨네 집은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이고 많이 돌아다니곤 했던 곳이라 익숙한 동네였다.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승희씨가 버스 카드를 두고 나왔다고 했다.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편의점에 잠시 들러서 잔돈을 바꿔서 나온다. 승희씨는 덩달아 나에게도 우유를 사줬다.ㅎ

승희씨는 카메라가 옆에 있어도 평소에 이야기 하듯 이것저것 잘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대화하는데에 큰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조금 더 편안해지면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겠지?
 
승희씨가 출근하는 시간은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시간보다는 약간 늦은 편이어서 생각만큼 사람들이 많거나 하진 않았다. 그래도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뭔가 좀 달라보인다. 조금 더 긴장하고 있는 느낌? 버스 창 밖으로 풍경들이 지나가고 승희씨가 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다. 버스는 생각보다 빨리 여의도에 도착했고 승희씨와 함께 내려서 승희씨가 일하는 건물로 같이 걸어갔다. 승희씨를 뒤에서 쫓아가기도 하고, 옆에 붙어 가기도 하면서. 건물 앞에 왔다. 요즘 어디가서 찍을 때마다 누가 뭐라고 할까봐-_- 쫄아 있는데;
그러진 않았다;;ㅎ
 
승희씨가 '전 이제 들어가요'라고 하면서 일을 하러 들어가고 나는 '이따 뵈요!'라고 인사를 했다. 승희씨가 건물 안으로 사라진다. 승희씨가 들어간 후에, 잠깐 길바닥에 주저 앉아서 승희씨가 사준 우유를 마셨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이것 저것 하다가 승희씨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다시 여의도로 갔다.
퇴근 시간이라는 7시에 맞추어 갔다. 7시 인데도 벌써 주변은 깜깜해졌다.
승희씨에게 갑자기 일이 생겼다는 문자가 왔다. 조금 늦어진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좀 찍다가 길 바닥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하다보니 승희씨에게 전화가 왔다. '저 이제 나가요' 

승희씨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함께 돌아가는 길...
음... 버스 안에서 이렇게 찍는 거 좀 민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승희씨는 별 내색 않고 자연스러웠다. 흐흐. 난 절대 저렇게 못할 것 같은데. 버스 안에 있는 다른 승객들이 나를 흘끔흘끔 쳐다본다... 음...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는 승희씨. 오늘은 승희씨 집에까지 들어가기로 했다.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승희씨의 방으로 들어갔다. 승희씨 말로는 원래는 지저분한데 어머니가 치우셨다고. ㅎㅎ 울 엄마도 친구들 온다고 하면 '방이 이모양인데 누굴 데려와' 이러면서 늘 치우시곤 했는데.. 어느집이나 비슷한듯..ㅎ

책과 여러가지 소품들이 예쁘게 정리되어 있고, 마음에 드는 책상도 있었다. 예전에 만화를  하고 싶었다는 승희씨의 방답게 만화책도 많았다. 보고 싶은 만화책이 있으면 빌려가도 된다고 했는데, 차마 빌려오진 못했다;

승희씨랑 마주 앉아서 하루 종일 있었던 이야기들에 대해서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최근에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승희씨는 웃음으로 무마하지만 정말 한숨이 나올만한 조건들이다. 음.. 

앞으로 종종 출퇴근 길을 찍게 될거라는 이야기도 했다. 어떤 사람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다는 건, 그냥 그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사람을 많이 쫓아다니는 것 만으로 가능한 걸까? 촬영본을 다시 보면서 이것저것 고민해보아야겠다. 

승희씨를 촬영하러 가는 길에 고등학교 동창한테 전화가 왔다. '넌 요즘 뭐하고 사냐?'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그거 돈은 되냐?'라고 묻는다. 걔 말에 의하면 넌 옛날부터 돈이랑은 상관 없어 보였다고 하는데. 아. 정말 그런가.-_-; 승희씨는 월급의 반절 정도의 액수를 적금한단다(물론, 그것도당근 많은 액수는 아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적금 액수를 좀 더 늘려야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음..... -_-; 물론.. 난 고정수입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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