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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지

037. 미뤄둔 촬영 후기


몇 번 촬영을 했었는데 촬영 후기를 제때 못 적었다. 더 까먹기 전에 간단히라도 적으려고 들어왔다.

그저께 금요일 길거리 인터뷰를 했다. 오랜만에 했다. 장갑을 챙겨서 카메라를 들고 홍대 쪽으로 가다보니 처음으로 길거리 인터뷰 하던 때가 생각났다. 희망청 개소식 영상 만든다고 홍대랑 광화문을 돌아다닐 때도 한참 추운 겨울이었는데, 벌써 촬영을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는 말이다. 물론 꾸준히 한 것은 아니지만.

상상마당 앞에 갔다. 한 분이 영화를 보고 나오시는지 나온다. 뭔가 잘 이야기해줄 것처럼 생기신 분이어서 셋팅을 마치기도 전에 달려가서 섭외를 했다. 우리의 컨셉을 간단히 설명했더니, 말 주변이 없으시다던 그 분 자기도 지금 4학년이라서 뼈저리게 느끼게 있다고, 카메라 렉버튼 누르기도 전에 나를 보고 이야기를 먼저 하신다. 카메라 앞에서 한 이야기 중에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춰야 하는 게 싫다는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닿았다. 어떤 이야기를 했더니 면접관이 마음에 안 들어했다는, 하지만 그게 자기 자신인데 어떡하냐고, 자신을 감추거나 바꾸어야 하냐고.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바리스타 한 분과 투잡을 뛰고 계시는 디제이분.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에 나오겠지. 근데 정말 모두 열심히 일하고 계신듯.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공감이 가면서도, 막막해진다. 중심을 잘 잡아야 할텐데.

나비는 승희씨 촬영을 가야해서 거리인터뷰를 마쳤다. 5시만 되어도 해가 지기 시작해서 인터뷰 하기도 나쁘다. 마지막으로 나비와 내가 서로 인터뷰를 했다. 그냥 우리의 생각도 변하고 있으니 기록해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평소 작업과 관련해서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본 시시껄렁한 인터뷰이긴 했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으로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전날 민희가 시험공부하는 것을 촬영했다. 원래는 민희가 공부를 마치고 잠드는 모습까지 찍으려고 옷을 챙겨서 민희집으로 간 것이었는데, 결국 내가 먼저 잠들고 말았다. 그리고 민희보다 늦게 일어나서 출근 준비 하는 것을 찍었다. 민희의 하루가 너무 빡빡해보인다. 점점 피곤해보인다. 잠깐 인터뷰를 하거나 이렇게 시험준비를 하는 것을 촬영하는 것도 미안한 마음. 그래서 가능한 촬영횟수를 줄이려고 하는데... 또 생얼을 노출하는 것이 조금 신경쓰인다. 편집에서 잘 해야지. 경기가 점점 안 좋아져서 걱정이다. 진심으로.

지난 주 일요일엔 인식과 지훈이 노래방에 간 걸 촬영했다. 비록 세시간이 넘게 노래방에만 있긴 하였지만 두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서 또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웠다. 인식씨 말대로 인식을 대한민국 패배자로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가 가진 기운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촬영에 가속을 붙여야 한다. 텐 매거진에 대니얼고든과 스티븐 사이덴버그의 짧은 인터뷰가 실렸다. 볼륨을 끄고 봐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은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좋은 다큐멘터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볼륨꺼도 이해할 수 있을만한 장면이 얼마나 촬영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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