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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춘> 난 이렇게 봤어!

[개청춘 리뷰] 어쩌면 나도 <개청춘>

후원제작자이자 든든한 친구인 당고님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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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도 <개청춘>
개청춘을 응원합니다!
일 전에 아는 친구들이 만든다고 블로그에 후원 광고를 냈던 <개청춘>이 1년 반의 제작기간을 거쳐 바로 오늘 시사회를 열었다. 오늘 시사회는 대략 후원인+지인+도움 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였던 듯하다. 나는 후원인 겸 지인 자격으로 참석했는데(진짜 소정의 금액을 후원했는데 수제 책갈피와 카드도 선물로 받았다ㅠ_ㅠ 땡큐ㅠ_ㅠ) 전에 내가 올린 포스팅을 보고 후원을 해주신 고마운 분들(sesism과 JNAR 님)과 함께 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뿐이다. 게다가 함께 가기로 약속을 잡았던 EGOIST와 녀름이 모두 약속을 펑크내 결국 쓸쓸하게 혼자 보고 왔다. 만날 거라 예상했던 달군도 보지 못했고 150명 정도 되는 관객들 사이에서 EXmio 님을 찾을 수도 없고...... 뭐야, 영화 혼자 보고 왔다는 투정을 하고 있네;ㅁ; 다들 혼자 보는 영화가 진국이라지만 나는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에 아직 익숙하질 못해;ㅁ;
내가 같이 가려던 사람들은 가지 못했지만 영화관엔 사람들이 꽉꽉 들어찼다- 냉정한 마음을 가지고 보기엔 반이다 친구들이 너무너무 자랑스럽고 부러워서 보기도 전부터 나는 이미 흥분 상태; 영화를 보면서 그 친구들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남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내게는 무의미하게만 보이던 길가의 사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의미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특히 등장인물들에 대한 깊은 애정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지난 1년 반 동안 영화를 만들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을 반이다의 세 여자를 생각하니 늘 제자리걸음인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다. 아아- 참으로 뜬금없는 열등감 폭발OTL 
영화 주인공들이 너무나도 귀엽고 웃기고 재기발랄해서 관객들의 대폭소가 끊이질 않았다.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용과 호랑이가 다투는 문신을 몸에 새기는 걸 좋아하고 쇼핑몰을 차리는 것이 꿈인 인식 씨, 고졸 여사원으로 대기업에서 일하지만 7년이 지나도 승진이 되지 않고 갑갑하기만 한 민희 씨, 방송국 막내작가로 일주일에 여섯 번은 일하지만 서브 작가가 될 길은 멀기만 한 승희 씨. 이 셋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들을 주인공으로 첫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반이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20대의 삶이 궁금한 분들은 <개청춘>을 보시길 바란다. 독립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찾아가는 '공동체 상영'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개청춘 블로그에 여기에 대한 정보가 빨리 올라왔으면.
내 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반이다 스스로에게 카메라를 돌린 점이고, 아쉬운 점은 별다른 높낮이 없이 쭉 흘러왔던 것에 비해 엔딩이 매우 갑작스럽다는 점, (의도적이었다고는 해도) 마지막에 인터뷰이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이다는 이 영화를 통해 20대가 느끼는 불안함과 희망에 대해 20대끼리 이야기해보자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오히려 20대가 아닌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는데. 지난 주에 부모님을 따라 내몽고 여행을 갔을 때 패키지에서 만난 40대, 50대, 60대의 어른들은 인터넷에서 흔히 보아온 것처럼 20대 개새끼론을 펴지 않았다. 사회가 문제라고, 사회가 너무 어렵다고, 20대가 너무 불쌍하다고, 20대는 희망이 없다고, 열심히 해도 길이 없다고, 그래서 너무 안됐다고 말할 뿐이었다. 20대가 그렇게 된 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도 말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는 여론이 차츰 20대 개새끼론에서 20대 동정론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들이 어떻게 보든 20대를 포함한 이후 세대의 탈출구 없는 삶의 조건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20대든 다른 세대든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결국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는가.
이 꿀꿀한 20대들의 이야기를 보며 어느새 나의 20대를 반추한다. 스무 살 무렵 대학에 입학하여 총학생회장을 보며 '그래 봤자 저 여자아이도 스물네 살밖에 안 먹었는데 총학생회장이라는 짐이 참 무겁겠네'라고 생각했던 나란 아이. 교환학생을 다녀와서도 학교가 너무 지겨워 4년 만에 급히 졸업을 하고 5년 동안 직장 세 곳을 구르다 회사를 때려친 아이. 운동에 몸을 담가볼까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상담원이 되었다가 다시 작가가 되겠다고 설치는 나란 아이. 나의 20대는 너무 길었고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너무 지겨웠고 그래서 빨리 지나갔으면 했고 내가 20대란 사실을 싫어했던 20대였다. 내가 생각하는 20대의 청춘들이란 철이 없고 어리고 무식하고 그런 주제에 잘난 척하고 쓸데없이 감수성이 짙고 사시사철 질풍노도고 이기적이어서 친구하기 싫은 20대였다. 나는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고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스러운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막 서른이 된 나는, 20대일 때의 나보다 더욱 불안하다. 20대에 다니던 직장도 때려쳤고 아직도 가망없는 꿈을 꾸고 있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생각도 없고 앞으로 10년 뒤에 뭘 하고 있을지 감이 안 잡힌다. 나이 서른 살에 나는 아직도 '이다음에 크면 무엇이 될까?'를 생각한다. <개청춘>에 나오는 20대의 불안에 너무나도 공감하며 내가 생각한 것은 '아, 이제야 내가 20대의 눈으로 나를 보는구나'였다. 내가 20대 때 나는 줄곧 30대, 40대, 50대의 눈으로 20대인 나를 보고 20대인 내 친구들을 봤다. 나는 철이 너무 일찍 들었다가 이제 다시 철이 너무 없어지고 있나 보다. 그래서 나는 <개청춘>이란 영화가 좋으면서도 불만족스러웠다. 왜 개청춘의 범위가 20대인가, 하고. 여기에 20대보다 더 20대 같은 30대가 있는데. 그러면서도 서른 살의 나는 '마흔 살, 쉰 살에도 이따위로 살고 있으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한다.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