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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춘> 난 이렇게 봤어!

[개청춘리뷰]청춘을 즐길 사이도 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져만 간다

네이버 블로거 딸기우유님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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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개(開)청춘, 2009 - 청춘을 즐길 사이도 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져만 간다.

 

 

 

 

 

청춘은 원래 불안하다는 말이 싫었다. 88만원세대라고 불리는 우리에게 가해지는,

이 사회의 모순을 고스란히 견디라는 것 같아서 싫었다.

“젊을 때는 다 그런 거야” 이 말은 더 이상 우리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불안함마저 이야기 해버리려고 한다.

 

스물 일곱의 봄, 나(반이다의 경화)는 친구들과 함께 20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7년차 대기업 직장인 민희와 술집 직원 인식,

촛불집회에서 만난 방송국 막내작가 승희가 주인공이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아보여서 섭외를 했지만,

막상 촬영을 해보니 불안한 한국사회의현실만큼 그들의 삶도 불안하다.

민희는 전망을 가질 수 없는 회사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인식은 자신의 가게를 내기 위해 배우고 싶은 일이 많다.

승희는 입봉을 위해 휴일도 없는 빡빡한 회사생활을 버티고 있다.

돈도 없고 경험도 없는 반이다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에도 자꾸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다. 우리는 1년 동안 희망 비슷한 것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출처 : 다큐멘타리 개청춘 제작소 공식 사이트 http://dogtalk.tistory.com/127 >


여성영화집단 '반이다'의 첫번째 다큐멘터리 <개청춘>을 20일 금요일 저녁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보고 왔다.시간이 겹쳐서 집 앞에서 하는 연극을 보러 갈까 하다가 연극과 다큐멘터리 중 맘에 드는 제목이 개청춘 쪽이었던 것 같다.

(이유가 너무 단순한가;;)

20대 후반으로 넘어가려는 젊은 여성 세 명이 모여 20대인 세 명의 일상을 찍고 인터뷰를 하며 그 나이대에 느끼는 고민과 생각과 의식들을 들어본다. 그리고 때로는 다큐멘타리를 만들고 있는 자신들까지도 화면에 담아 같은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있으면서 섭외된 그들과 다르지 않은 청춘들의 모습까지 담고있다.

말했지만, 이 다큐멘타리에는 세 명의 20대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들어가 근무한지 7년 정도 된 민희. 대기업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님은 명절에 모인 가족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을 수 있고 대기업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물어볼 것도 없이 어디서든 얼마든 대출이 가능하다는 매리트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쉰지 오래된 백조, 백수랄지 쥐꼬리만한 월급에 불만인 직장이라면 부럽고도 부러울만한 민희는 정작 일에 대한 즐거움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고 일한지 오래되었지만 주어진 영역 안에서만 쳇바퀴 돌 듯 일하며 그럴만한 대우는 기대하기도 어렵고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졸업자들은 자기보다도 높은 지위로 높은 보수를 받으며 혜택을 받는 것에도 자괴감을 느낀다. 꿈을 이루며 노력하며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아빠는 민희에게 민희가 세상을 모르고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봐서 하는 말이라고만 말씀하시고 틀린말은 아니기에 당장 어떻게 해야 할 지 늘 고민이다. 하루에도 여러번 퇴사를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하던 민희는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회복지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직업상담사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다가 일이 끝나고 늦게 하는 공부와 레포트에 피곤하고 졸리고 힘이 들지만 기쁘다고 말하더니 끝내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나와 독립을 하고 자신이 꿈을 위해 선택한 새로운 길을 가려고 시작하게 된다.

촛불집회를 열고있는 광장에서 만난 막내작가라고 하는 승희. 20대 중반으로 예전엔 만화도 그렸다고 하는데 그림을 보니 꽤나 실력이 있고 재능이 있어 보이는 친구다. 지금은 진로를 틀어서 다큐멘타리 방송쪽에 관심을 갖고 그 분야의 작가가 되려고 막내작가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막내작가가 하는 일은 아직 자료를 구해오고 이런 저런 잡심부름을 하는 역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아직 꿈도 꿀 수 없는 단계라고 한다. 예전엔 반년정도가 되면 막내작가에서 서브작가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방송국마다 예산비 절감으로 인원을 축소시키고 있고 작가가 되려는 지망생들은 많아서 일년이 넘어도 서브작가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에 직장 외의 다른 모임활동을 하면서 좋은 사회활동도 하고 있는 액티브한 승희지만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지금 당장 자신의 처지에 우울해하기도 하고 자신을 싫어하기도 했다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한다. 서브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여러모로 모색해보지만 더 이상 작가를 뽑지 않는다는 소문에 승희는 벌써부터 불안해지고 일치감치 이런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둔 원고나 글들도 없었다. 왜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또 한 번 자신을 자책한다. 하지만 글을 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시 찾아보고 도전한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회사를 관두고 다른 곳으로 첫출근을 하게 되는 승희.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려나 싶지만 왠걸 다시 군대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회사를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을 그녀를 재촉하고 있었다.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스무살의 인식. 디자이너가 꿈이어서 디자인 공부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자신만의 장사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새벽에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피씨방에 가서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만남을 갖고 다시 알바를 하고, 그의 일상은 일반 어린 남자아이들의 생활 그대로인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해야 할 일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안고 있었고 술집에서 알바를 하면서도 장사에 대한 여러가지의 것들을 배우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런 노하우를 마주 앉혀놓고 미주알고주알 알려주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인식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옷가게 알바에 취직을 하지만 그것도 이틀만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는 다큐멘타리 도중에 잠시 잠수를 타기도 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보다 좀 더 부담감을 느꼈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었던 것 같다.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될 것 같았다. 이런 비슷한 다큐멘타리인 일본의 <조난 프리타>를 보게 되고 거기 나오는 루저라고 느껴지는 젊은이가 바로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며 복잡한 심경을 보여준다. 자신의 현재는 내세울 것이 없지만 끝이 다르면 되는거 아니냐고 애써 용기를 내보려고 하지만 아직 그는 생각만큼 손에 잡히는 것은 없는 상태 그대로였다.

청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이 다큐멘타리는 엄밀히 따지면 "20대적인" 다큐멘타리다. 10대가 보면 "난 저러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30대가 본다면 "저런 생각이야 누구다 나 겪어봤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큐를 만드는 이들 자신이 일단 20대이며 그들도 역시나 다큐에 대한 꿈과 열정을 불사르며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면서 단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몇 살까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여 그것을 끝내 이루어내는 성공적인 사람을 실제로 전체 인구수에 얼마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갖고 희망에 부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시간과 돈과 용기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흘러도 완성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을 때 슬슬 현실과의 타협을 생각해보게 된다. 좀 더 꿈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가난하기 쉽고 고생하기 쉽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언제까지 이렇게 될 것인가에 대한 미래의 불안감을 갖는다. 그리고 스스로를 실패자, 루저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적당히 취직해서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있고 적당히 지출을 해가며 크게 돈 걱정 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그럼 성공한 사람일까. 성공과 실패의 차이의 기준이 뭔지 모호해진다. 단지 선택의 차이일 뿐인데 말이다. 들어오는 수입은 적지만 다큐를 찍고 있는 경화씨는 자신이 하는 것에 행복하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민희씨는 일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화씨는 민희씨의 소속감과 반듯한 수입이 부러웠을 것이고, 민희씨는 경화씨의 일에서 얻는 보람과 행복,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부러웠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은 다 부럽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20대에는 그 사실이, 그 현실이 절대 만만하지 않고 버겁다는 것을 이제 막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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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날 봤다고 했으니까 벌써 한달전에 썼던 글이다. 임시대기중으로 벌써 한달동안 썩고 있던 포스트. ㅎㅎㅎ

생일을 맞이해 친구와 만나 오랜만에 재미있게 놀다가 들어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갑자기 이 포스트를 열람해보고 싶었다.

친구와 나의 대화는 언젠가부터 위의 다큐멘타리와 같은 식의 내용을 주고받는 일은 그다지 없다.

물론 나 역시 아직 청춘안에 살고있지만, 다큐멘타리의 나오는 이들처럼 어리진 않다.

경력을 쌓고 좀 더 노련해지고 포트폴리오를 쌓아갈 때이지 이제와서 꿈을 찾을 때는 아니다.

(지금 내 또래가 자신의 꿈을 위해 무언가 도전하고 있다면 그것을 비하하고자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어느새 그것에 익숙해지게 되면 뜻하는 바는 희미해지고 쉽게 안주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저렇게 치열하게 생각하며 고민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불타오르는 내가 아닌걸까.

치열하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있어 절실한 것이 없다는 뜻일 것이며 어느정도 만족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성형 인생은 아니지만 만족형 인생... 더 나아질 구석이야 애써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빈 틈 투성이일지언정

요즘의 나는 많은 안정을 찾고 나의 시간을 즐기고 있구나라고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는 생활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청춘을 말하고 있지만 막상 그 안에 있을 땐 이것이 얼마나 빛나고 좋은 때의 시기인지 실감하지 못한다.

지나고 나서야 한 살이 아쉬워지면서 찬란했다고 기억되는 그 때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한다.

어찌보면 손에 한 번도 쥐어진 적 없었던 환상과 같은 단어일런지도 모른다.

의욕과 희망과 그것을 행동할 용기만 있다면 언제나 청춘일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꿈을 꾸는 것도 좋고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자기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야 돌아가든 지름길을 찾던 차선택을 알아보던 ... 무엇을 하든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테니까.

나는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두가지에는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행운을 누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되고 싶었던 첫번째가 된 사람도 행복하고 가장 되고 싶었던 것 중 열아홉번째를 하게 된 사람도 행복하다.

(어느 드라마에서 나왔던 대사다)

죽지 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에 선택받은 사람이란 생각을 해보면 뭔가 으쓱해지지 않나.

미래는 거창한 것이 아니며 곧 피부로 다가올 오늘이며 지금과는 다르겠지만 따지고 보면 오늘의 내가 만들어간다.

20대... 좋은 나이다. 아직도 어리고 어리숙하며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결코 어른이라고 말할 수 없는 나이.

(서른이 되어서도 사실 어른이 된 기분은 전혀 없다..;;;)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능한 해보는 것도 좋고 마음껏 꿈을 꾸는 것도 좋을 나이다.

다큐멘타리를 보고 딱히 와닿게 느끼거나 했던 것은 의외로 없었다.

나도 예전에 저런 고민에 빠진적이 있었지- 라고 회상을 떠올려본 정도.

하지만 충분히 그런 고민을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이 불경기에 운 좋게 면접도 안보고 취직하게 되어 일 할 수 있게 된 나의 상황에 무한한 감사와 행복을 느끼며...

2009.12.22

술 마시고 들어온것도 아닌데 뭔가 취한듯한 기분으로...

생일날의 마지막 시간을 이 포스트와 함께 마무리 하고있는 딸기우유